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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과 같은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국전쟁(6.25)으로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의 주구 노릇을 한 친일파들을 처단할 기회를 놓친 점이다. 당연히 그들의 죄를 묻고 처벌을 했어야했지만 그러지 못한 폐단이 지금까지 이어내려오고 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가난을 면치 못하고 있고 반면 친일을 했던 후손들은 부를 되물림받아 편안히 잘 살고 있다. 과연 정의로운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남아공은 거의 300년 넘게 인종차별정책으로 구성원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흑인들이 백인들로부터 차별을 받으며 지내왔다. 일명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의 피해자들 대다수가 흑인들이라는 점이다. 27년 간의 감옥 수감 생활을 마치고 남아공의 운명을 짊어진 넬슨 만델라는 국가의 분열을 막기 위한 최선의 정책으로 용서와 화해 라는 카드를 꺼냈다.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모든 사람들을 용서하고 화해하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자 가장 놀란 사람들은 흑인들을 가해한 백인들이었다. 일각에서는 너무 많이 양보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았으나 당시 남아공의 국내적 상황에서 내전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미국에서 인종차별 반대운동을 펼쳤던 마틴 루터 킹 목사님처럼 넬슨 만델라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남아공을 위해 정치적 수완을 힘껏 발휘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잘 되어진 것은 아니다. 백인들에 의해 집중되었던 경제는 아직도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빚고 있다고 한다.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비판없이 받아들였던 새로운 정부는 대다수의 국민들인 흑인들의 일자리와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넬슨 만델라가 추진했던 용서와 화해 의 성과는 축소될 수 없다. 그 이유는 남아공의 생존의 기로에서 큰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링컨의 노예해방운동도 100년이 지난 후에야 결과가 나타났듯이 남아공의 발전 또한 단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없음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무엇일까? 친일 행적이 있는 사람들을 샅샅이 뒤져내어 그들을 처벌하는 것일까? 불가능한 일이다. 반세기가 지난 현 시점에서 그런 발상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면 좋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 넬슨 만델라의 정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증오는 상배방이 아니라 자신을 파멸시키는 독약이니 자신을 위해서라도 용서해야 한다. 용서는 정치적 이익을 위한 전략이 아니라 영혼을 위한 전략이다 (197) "만델라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때도 대의를 위해 힘든 결정을 했다. 아파르트헤이트 체제를 설계한 장본인이면서 그 체제의 요직을 두루 거친 뒤 대통령까지 지낸 프레데릭 데 클레르크와 공동 수상을 했기 때문이다. 매우 싫어하는 인물이었는데 같이 노벨상을 방아야 하다니.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면 뭐든 할 수 있는 사람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130) "길고 저철한 내전 끝에 평화를 이룬 레바논도 또 다른 본보기다. 15년 동안 정의의 허울을 쓴 복수가 거듭되면서 레바논 국민들은 결국 모두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후손들을 위해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 모든 집단이 국정에 참여하는 체제를 마련했는데 구체적으로 대통령은 기독교인, 수상은 수니파 무슬림, 국회의장은 시아파 무슬림이 각각 대대로 계승하는 공동운영체제를 수립하여 국민 대통합을 이룩하게 되었다."(125) 위 책은 넬슨 만델라를 우상화시키지 않았다. 넬슨 만델라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의 편지도 담아냈다. 용서와 화해 의 이면에 숨겨진 자식을 잃은 어미의 슬픔과 분노의 편지도 담아냈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만델라도 불완전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국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위해 고민하고 자신의 이익을 모두 내려 놓았다는 점은 칭찬받아 마땅한 분인 것 같다.
달라이 라마, 고은, 헨리 키신저 등
세계 최고의 지성인들이 만델라를 추모하며 편지를 쓰다

2013년 12월 5일은 그 이전의 ‘12월 5일’과 다른 날이었다. 바로 세계에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심어주고 ‘자유를 향한 길고도 먼 여정’을 마친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 넬슨 만델라가 타계한 날이기 때문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전 세계 유명인사들 모두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이 책은 만델라 서거 1주기를 추모하며 만델라가 생전에 이룬 업적에 대해 논하면서 그를 그리워하는 과정을 담은 결과물이다. 기존에 만델라와 그의 생애를 기록한 책이나 자료는 무수히 많았지만 이 책은 그것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갖는다. 달라이 라마, 고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사들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목소리까지 한데 모아 담았기 때문이다. 이 목소리에는 만델라를 찬양하는 내용뿐만 아니라 만델라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내용까지 담겨 있다.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그동안 무조건 존경만 받던 만델라를 좀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아울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이자 만델라 개인의 역사이기도 했던 인종 갈등, 투쟁 그리고 용서와 화해에 이른 시간을 다시 밟아 보면서 신화가 아닌 ‘지도자 만델라’, ‘인간 만델라’의 참모습을 재조명하여 본다.


머리말 _ 만델라를 바라보는 30개의 다양한 시선

세계 시민의 의무를 알려준 만델라 _ 달라이 라마 │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평화가 전쟁보다 강하다 _ 고은│시인
변화의 중심에는 만델라가 있었다 _ 헨리 키신저│ 정치가이자 정치학자
과거보다 중요한 것 _ 콜린 파월 │ 미국 전 국무장관
좀 더 일찍 석방되었다면 _ 그렉 마리노비치 │ 종군기자
지금도 정의를 가르쳐 주고 있다 _ 아킬레 음벰베 │ 철학자이자 정치학자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_ 탈립 콸리 │ 유명 래퍼
역사를 올바르게 기록해야 하는 이유 _ 누루딘 파라 │ 소말리아의 소설가
만델라의 이미지를 사용하려는 사람들 _ 비냐방가 와이나이나 │ 케냐 출신 작가
용서와 화해의 조건 _ 요아임 가우크 | 독일 11대 대통령
만델라가 남긴 메시지는 영원하다 _ 살만 쿠쉬드 │ 인도의 정치인
진정한 자유 _ 줄리엣 비노쉬 │ 프랑스 대표 배우
역사의 아이러니 _ 엘리아 술래이만 │ 팔레스타인 출신 감독
용서의 힘 _ 안젤리크 키드조 │ 가수이자 사회운동가
전쟁 대신 용서를 _ 룰라 예브릴 │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지도자라면 대의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_ 존 칼린 │ 저널리스트
만델라가 만든 토대 _ 리안 말란 │ 기자이자 작가
미래를 위한 용서 _ 만들라 랑가 │ 남아공 출신 작가
변화를 촉진시키는 비난만 허용하자 _ 월레 소잉카 │ 나이지리아 대표 작가
영웅의 자격 _ 알비 삭스 │ 남아공 전 헌법재판관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 _ 피터 하인 │ 영국 정치인
‘만델라’라는 등대 _ 아리엘 도르프만 │ 교수이자 인권운동가
변화의 문은 이미 열렸다 _ 아담 하비브 │ 정치평론가
자유를 위해 선택한 것 _ 나딘 고디머 │ 소설가이자 정치운동가
눈물의 오케스트라 _ 에스더 베자라노 │ 독일의 민중 가수
꿀통의 꿀은 언젠가 다 사라진다 _ 타리크 알리 │ 파키스탄의 정치운동가
쉽지 않지만 가능하다 _ 에스터 비바스 │ 반세계화 운동가
자세의 변화가 필요하다 _ 팔로 조르단 │ 남아공 전 각료
내 아들이 죽었다 _ 채리티 콘딜레 │ 시민운동가
분노하라 ! 분노하라 ! _ 품라 지콜라 │ 여성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