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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아이의 과학(그림)책을 고르는 기준이 있다.과학교육의 목표는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문제를 과.학.적.으로 탐구, 해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인데 5~10세까지는 인지발달상 아직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에 한해서만 논리적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를 위한 과학그림책을 고를 땐 조금 더 신중해야 한다. 때문에 난 1) 설명적인 글보다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쓰여진 책,  2) 쉬운 용어, 간결한 문장, 구체적인 예시, 시각 자료가 더해진 책, 3) 지식을 전달함에 있어서 관찰, 비교, 분석, 추론 방식을 활용하는 책을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그 점에서 와이즈만 호기심 그림책 시리즈는 정말 훌륭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아이가 한 때 건축가 가 꿈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날마다 자기만의 타운을 건설(?)하는 상상을 하곤 했었다. 고층빌딩을 세우고 그 사이를 날아다니는 교통수단을 발명하고 지하세계를 만들어내며 자기만의 도시를 설계하곤 했다. 그 때 자연스레 "실제 도시 땅속은 어떻게 생겼을까?" 질문을 던졌다.  땅 속에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많은 것들이 숨어있음을 아무리 말로 설명해준 듯 아이가 알 리 없다. 친절한 이미지 하나면 아이가 이해하기 훨씬 쉽다. 두 페이지를 이어 세로로 이미지를 그린 것도 그 때문일테다.  이 책에선 전기가 흐르는 케이블, 상하수도관, 가스관과 난방배관, 지하차도, 땅속 묘지 등으로 나누어 땅 속 세상을 소개하고 있는데, 각 시설에 대한 아이들의 이해를 돕는 보충설명도 덧붙여두었더라. 예를 들어 전기를 공급하는 케이블을 설명하는 페이지에선 발전소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 또한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기 위해 각 시설과 관련된 재미난 사실도 소개하는데 훈이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에 있는 지하차도를 만들기 위해 54만 1천대 트럭분량의 흙을 파내었다 는데 매료되기도 했다. 책의 마지막에는 본문에 포함된 어려운 용어를 풀이해두어 별도로 사전을 들추어볼 필요가 없었다. 또한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질문을 적어두어 책을 읽고난 후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유익했다.  

땅 위보다 더 바쁘고 더 복잡한 땅속 세상! 왜 그럴까요? 따르릉~알람이 울리면 졸린 눈을 비비며 화장실로 가서 세면대 물을 틀어 세수와 양치를 합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엄마가 지어 주신 따뜻한 밥과 국을 먹고 집을 나서요. 지하철역에 오면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서 지하철을 타지요. 학교에 도착하면 교실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히터를 틀고 추운 몸을 녹이며 공부를 해요. 어떤가요? 우리의 모습이지 않나요? 하루 이틀이 아니라, 우리는 매일매일 저렇게 생활하고 있어요. 특히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라면 이러한 생활이 너무나 자연스러울 거예요. 하지만 우리의 생활을 이처럼 편하게, 지속적으로 할 수 있게 하는 것들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적이 없었나요? 콰르르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 가스레인지의 푸른 불꽃이 어디에서 어떻게 오는 걸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아파트, 높은 63빌딩과 롯데월드 타워가 어떻게 흔들리지 않고 꼿꼿하게 서 있을 수 있을지 궁금하지 않나요? 이 모든 것들에 대한 답은 바로 땅속에 있습니다. 도시에서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해 주는 것들을 땅속에 설계해 놓았다는 이야기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지금도 땅속에서는 물을 나르는 상하수도관과 전선을 감싼 케이블, 천연가스를 나르는 관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어요. 토목 구조물을 설계하고 유지하는 토목 공학자들이 이런 것들을 땅속 곳곳에 설치해서 우리의 집으로, 회사로 물과 전기가 계속 공급되게 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