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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생애

jait 2023. 6. 2. 22:01

사랑의 생애 - 이승우이 책이 과연 소설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차라리 사랑학 개론 혹은 원론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소설로서의 요소, 즉 스토리와 주인공들은 사랑학 개론을 설명하는 예시처럼 등장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당황스러운 현상들을 탐사”하는 소설이라고 아예 선언을 하고 있는데, 읽다보면 그게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된다. 옳고 그름이나 동의 여부를 떠나 “사랑”에 대하여 이렇게 속속들이 그 속성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속성이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는가에 대하여 흥미롭게 쓸 수 있다니.이승우 작가는 언어를 참 잘 다루는 작가이다. 미묘한 글의 변형의 반복으로 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히 하는데 아주 능하다. 때로는 그 미묘한 변형의 차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다시 읽어야 할 정도인데, 이해만 하면 그 의도하는 바가 아주 선명해진다. [책속으로]제목은,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일 뿐이고, 사랑이 그 안에서 제 목숨을 이어간다는 뜻으로 ‘사랑의 생애’라고 했다.누군가를 사랑할 때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당황스러운 현상들을 탐사하는 데 할애된 이 소설은...사랑하는 사람은 사랑의 숙주이다. 사랑은 누군가에게 홀려서 사랑하기로 작정한 사람의 내부에서 생을 시작한다.사랑이 들어와 사는 것이다. 숙주가 기생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생체가 숙주를 선택하는 이치이다.사랑할 만한 자격을 갖춰서가 아니라 사랑이 당신 속으로 들어올 때 당신은 불가피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위악적으로 해석하자면, 그까짓 자격, 일부러 갖추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한 것일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격을 얻을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자발적으로 그러지 않는다는 태도를 견지함으로써 그 자격을 깎아내리고 자기를 높이는 방법. 자격보다 우위에 자기를 놓는 태도. 못해서가 아니라 하기 싫어서라는 포즈.사랑하는 자는 알아가야 하는 숙제를 떠안는 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려고 할 때 그 누군가는 앞으로 알아갈, 모르는 사람이(어야 한)다. 잘 알던(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 사랑이 숙주 안에 깃들어 생애를 시작하려고 할 때 일어나는 신비스러운 일이다.그는 자기 가슴속에 그녀가 가득 차서 거의 자기 자신이 그녀로 이루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그렇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거처를 제공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이 그의 내부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그가 살도록 허락했다는 말이 아니다. 사건은 계약이 아니다. 허락이나 동의가 필요한 영역이 아니다. 마치 잠을 자는 동안 꿈을 꾸는 것과 같다.사랑은 덮친다. 덮치는 것이 사건의 속성이다. 사랑하는 자는 자기 속으로 들어와 살기 시작하는(물론 허락을 구하지 않고) 어떤 사람, 즉 사랑을 속수무책으로 겪어야 한다.그는 사람들의 관계, 특히 애정 문제가 결부된 남녀 관계에 대해 일종의 원칙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당사자 해결 원칙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었다. 누구도 그 관계에 끼어들어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당사자들이 아니고는 그들 사이의 사연의 골과 감정의 주름들을 속속들이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제삼자에게 알려진 것들은, 설령 거의 다 알려졌다고 해도, 실은 아주 조금밖에 알려지지 않은 것이다. 다 알리려고 해도 알려지지 않는 것, 알려질 수 없는 것이 있다. 그리고 그 알려지지 않는 것, 알려질 수 없는 것이야말로 진짜로 알아야 할 것이다. 제삼자에게 알려진 거의 모든 것들은 알리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들이다.프란츠 카프카는 세 번 약혼하고 세 번 파혼했다. 두 번의 약혼과 파혼은 한 여자와 한 것이었다. 그는 왜 그랬을까. 세 번의 약혼은 사랑에 대한 그의 갈망을 시사한다. 그는 이성에게 관심 없는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여성을 사랑하기를 원한다. 그와 동시에 세 번의 파혼은 사랑에 대한 그의 두려움을 암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사랑을 갈망했지만 사랑에 붙잡히는 것을 무서워했다. 사랑을 하지 못할까 봐 불안해했지만 사랑을 하게 될까 봐 두려워했다. 그는 여성을 사랑하기를 원하고, 원하면서도, 또 원하는 만큼 사랑하지 않기를 원한다.사랑하라, 그러나 빠지지는 말라. 그것이 그가 내미는 충고였다. 사랑에 빠질 뿐 사랑하지는 않기 때문이 아닌지 돌아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세상을 굴러가게 하는 원리는 대개 비슷한데, 어떤 일의 성취에 있어서 노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노력의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숨겨진 의도가 없다고 할 수 없는 일반적인 주장과는 달리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슬픈 일이지만, 노력 없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노력으로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뜻이다.그런 사람은 도대체 왜 한 사람만 사랑하는 것일까? 왜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하는 기적 같은 어리석음을 실천하는 것일까?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사랑(즉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거나 어떤 이유에 의해 억압되었거나. 둘은 무관하지 않다. 서로가 서로의 원인일 테니까.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한다는 것은 거짓이거나, 거짓이 아니라면 아예 사랑이라는 것을(기대가 없어서든 억압되어서든)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 사람만 사랑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결혼과 사랑은 다른 층위에 위치해 있다는 주장, 결혼은 사랑과 전혀 상관없거나 아주 조금만 상관있다는 주장이 되풀이되었다. 결혼은 인간이 발명한 매우 유익한 제도이지만 그 유익함은 사랑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 사랑의 완성이나 사랑의 성취를 위해 고안된 제도가 아니라는 것. 결혼을 할 사람은 하라. 그러나 그것을 사랑과 연관시키지는 말라…….아무리 훌륭한 사람에게도 받아들이기 힘든 요소가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그 가운데 어떤 것은 정말 참기 힘든 것일 수도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자기 마음에 드는 부분만 취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은 버릴 것인가. 가슴은 취하고 다리는 버릴 것인가. 그럴 수 있는가. 가령 잠들기 전의 달콤한 키스는 취하고 그 사람이 코 고는 것을 버리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지 않다. 그 사람과의 키스를 즐기려면 그 사람의 코골이도 용납해야 한다. 키스의 달콤함을 제공한 사람과 코를 심하게 골아 잠을 방해하는 사람은 같은 사람이다. 감정과 감각에만 의존할 때 사람은 키스의 달콤함만을 기대하고 바라게 된다. 감정이나 감각이 아니라 그보다 강제적인 어떤 것, 이를테면 의지에 기반해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의지에 입각하지 않은 사랑은 일관성 유지가 힘들다. 결혼 제도는 장치로서의 의지라고 할 수 있다.객관적으로 이성을 끌 만한 조건을 충분히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성의 접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자세를 어떤 식으로든 보여주지 않을 때 이성이 다가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성의 접근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표시는, 그 또는 그녀에게 다가갈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금방 띄게 된다. 다가갈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가장 잘하고, 늘 하고 있는 것이 예의 주시니까.누군가에게 호감을 표현하(려)는 사람은 자기가 한(하려는) 표현이 맞이할 운명에 민감하다.닫고 있는 사람은 닫혀 있는 다른 사람을 여는 데 자신이 없고, 그래서 시도를 하지 않는다.한가지 취향을 고수하게 되면 각기 다른 개인들의 매력을 무시해야 되는데, 그것은 주어진 자원을 충분히 누리지 못한다는 점에서 손실이고,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개인들에 대한 모독이다. 손실이든 모독이든 그것은 온당한 일이 아니다.세계는 다채롭고 풍부하고 다양하다. 세계에 퍼져 있는 다채롭고 풍부하고 다양한 매력을 감지할 능력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특정한 취향에만 반응한다. 능력의 부재를 특별한 개성인 양 위장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어떤 순수는 때로 순수하지 않은 행위를 통해 증명된다.강요당하지 않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러니까 모든 사랑의 고백은 강요된 것이지만, 거꾸로 사랑한다는 고백에 의해 사랑이 이끌려 나오는 일도 일어난다....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지만, 사랑한다고 말해놓고 사랑하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는 말을 어떤 소설가는 자기 소설집 작가의 말에 쓴 적이 있다....기본적으로 이 문장은 말의 주술에 대한 것으로 읽힌다. 말이 가진 힘에 대한 말.그러면 자극을 가한 주체에게는? 말을 들은 사람이 아니라 말을 한 사람에게는? 말의 영향은 말을 듣는 사람만 아니라 말을 하는 사람에게도 나타나지 않을까. 말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나타나지 않을까. 왜 아니겠는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 말은 그 말을 듣는 사람만 아니라 그 말을 하는 사람도 겨냥한다. 더욱 겨냥한다. 그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말을 듣기도 하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은 듣기만 하는 사람이지만 하는 사람은 하면서 듣기도 하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있지만 하는 사람, 하면서 듣는 사람은 잘못 들을 수도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랑한다고 말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된다. 되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는 어렵지만 사랑한다는 말을 해놓고 사랑하지 않기는 더욱 어렵다.사랑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사랑하는 자가 되었음을 알게 된 것은 신비였다. 말이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사랑도 그러했다.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받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의 삶보다 문제 되는 것은 누군가에게 무엇인가를 달라고 구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의 삶이다. 대개의 경우 무엇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사람과 무엇을 달라고 구한 경험이 없는 사람은 동일인이다.원하는 것을 받은 경험이 없는 것보다 원하는 것을 달라고 구해본 경험이 없다는 사실이 이 사람의 내부를 더 심각하게 충격한다. 원하는 것을 받지 못한 경험이 아니라 원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경험이 더 근원적이고 더 뿌리 깊다.선희를 만나면서 그가 정말로 원한 것은 사랑한다고 해주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사랑한다는 말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험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자기를 겪는 일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자기 자신에게 매료되었듯 그는 또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요구하는 자기 자신에게 매료되었다. 그의 요구를 받아 그녀가 사랑한다고 말할 때가 아니라 자기가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해달라고 요구할 때, 그런 요구를 하는 자기를 보고 그런 요구를 하는 자기 목소리를 들을 때, 그는 흥분했다.제각기 다르게 사랑하면서도 누구나 ‘사랑한다’는 한 가지 표현을 쓴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다는 것 말고 다른 말로 표현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사랑한다’고 같은 말을 하면서 다르게 사랑한다.행복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행복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행복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모르고, 그럼에도, 혹은 그렇기 때문에 행복한 상태를 동경하고, 그렇지만 행복한 상태가 어떤 것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행복한 상태에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 자각하지 못한다. 행복해도 행복한 걸 모르고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하지 않은 걸 모른다. 그러면서도 행복을 갈구하는 것은 행복이 있다는 것을 여러 경로의 풍문을 통해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면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사실은 자기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다. 무엇을 추구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더 간절하고, 간절하지만, 간절하기만 할 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어떻게 하지 못한다.사람들을 사랑하게 하는 것, ‘사랑하기’라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랑이다. 이 기적의 주체는 사랑이다. 연인들은 사랑이 기적을 행하는 장소이다. 사랑이 사랑하게 한다. 이는 마치 존재가 존재하게 하는 것과 같다. 어떤 철학자에 의하면 존재는 모든 존재자들을 존재하게 하는 근거이다.의도를 넘어서는 표현들, 동기와 상관없는 결과들, 원문에서 달아나는 번역들이 삶에 신비를 더한다.대부분 자각하지 못하지만, 어떤 이에게 약함은 치명적인 무기이다.의도와 상관없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이 인생이다. 결과로 의도를 유추해내는 것은 의도로 결과를 예측하는 것만큼 위험하다.잘 보이기 위해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 사이라는 점에서 우정은 사람이 다른 사람과 맺을 수 있는 가장 편하고 이상적인 관계이다. 보르헤스는, 사랑과는 달리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이 우정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말속에는 증명해야 할 불편한 의무(우정에는 없는)가 사랑에는 주어져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의심하는 사람은 무엇을 확인하기를 원하는 것일까. 의심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이 공존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자기 의심이 오해에서 비롯한 것임이 밝혀져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왜냐하면 의심하는 동안은 몹시 괴롭고 혼란스러우니까)과 자기 의심이 근거 없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져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정당성을 확보하기를 바라는 마음(왜냐하면 의심하는 자기에 대한 확신, 근거 없이 의심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의심하는 동안의 고통과 혼란을 일정 부분 상쇄시켜준다고 믿으니까)이 그것이다.의심하는 사람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만족이 아니라 의심이기 때문이다. 의심하는 사람의 의심은 확신하는 사람의 확신보다 언제나 확고하다.의심하는 사람은 무슨 말을 해도 말하는 사람의 말을 다르게 해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무슨 말을 해도 다르게 해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을 이해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말은 맥락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매우 불완전하고 비자족적인 신호체계라서 듣고 싶은 데에 따라 달리 들리는 속성이 있다. 말하는 사람이 말하는 대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듣고 싶은 대로 들린다.의심에 사로잡혀 무슨 말을 해도 말 그대로 듣지 않는 사람에게는, 사실대로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반드시 최선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질투는 사랑의 크기가 아니라 그가 느끼는 약점의 크기를 나타내 보인다. 사랑해서 질투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이 있어서 질투하는 것이다. 맹렬하게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열등감을 느껴서 맹렬하게 질투하는 것이다.질투하는 사람은 결코 실체를 보지 못한다. 그는 자세히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왜냐하면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실은 다른 것, 엉뚱한 것을 보고 있다(왜냐하면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없는 것, 들여다보면 안 되는 것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고 있으니까). 사랑이, 대체 뭘까? 사랑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사람이다. 냉장고가 무엇인지, 삽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이 냉장고와 삽의 정의를 묻듯 사랑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이 사랑의 정의를 묻는다. 냉장고와 삽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기를 원하는 사람과 냉장고와 삽을 이용하는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니다. 같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같은 사람이 아니기도 하다. 그것이 무엇인지 묻지 않고 잘 이용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용하지도 않으면서, 혹은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과 사랑(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은 같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같은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 묻지 않고 잘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혹은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 정의 내리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사랑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랑에 대한 관념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이승우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사랑을 이야기하다 소설가 이승우의 문학적 현미경으로 들여다본 사랑에 관한 탐사 보고서 왜 지금, 하필 너를 사랑하게 됐을까? 사랑은 어떻게 시작되고 끝날까? 사랑은 도대체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황순원문학상·동인문학상 등을 수상했고, 프랑스의 세계적 문학상인 페미나상 외국문학 부분의 파이널리스트에 올랐으며, 르 클레지오가 한국 작가 중에서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작가로 격찬하기도 한 작가, 이승우가 5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 사랑의 생애 를 예담에서 출간했다. 사랑에 관해 우리가 말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소설은 평범한 사람들이 사랑을 시작하고 엇갈리고 끝내고 다시 시작하는, 어쩌면 더없이 평범해 보이는 과정을 통해 사랑의 근원과 속성, 그리고 그 위대한 위력을 성찰한다. 이승우는 ‘특별한 사람들의 별스러운 사랑 이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경험을 할 때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미묘하고 당황스러운 현상을 탐사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 소설은 오랫동안 사랑에 관한 순간의 단상들을 떠오르는 대로 메모해온 작가의 기록들에서 탄생했는데, 그동안 이승우가 신과 인간, 구원과 초월, 원죄와 죄의식, 삶과 욕망과 부조리 등 심오하고 무거운 주제에 천착해왔다면, 이번에는 인간에게 가장 내밀하고도 원초적인, 그러나 또 그만큼 낯설고도 모순적인 사랑이라는 감정에 집중했다. 작가 특유의 문학적 현미경과 철학적 통찰력을 통해 집요하게 관찰되는 사랑 이야기는 ‘사랑’이라는 사건에 어떤 형태로든 관여되어 당혹하고 혼란스러워본 적 있는 독자들에게 사랑에 대해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유하도록 도와준다.

작가의 말

1. 사랑의 생애
2. 사랑할 자격
3. 누군가의 귀
4. 모르는 사람
5. 사랑 - 사건
6. 허기에 대하여
7. 파스타라는 기호
8. 자기 이름 부르기
9. 사랑으로부터의 도피
10. 유일하고 불변하는 사랑에 대한 논쟁
11. 사랑을 위한 도피
12. 실연에 대한 해석
13. 사랑한다는 말
14. 키스와 사랑
15. 라이벌
16. 알리사의 세계
17. 말의 주술, 사랑의 주술
18. 구걸하는 자
19. 연인의 역할
20. 고아의 사랑
21. 넝쿨식물의 넝쿨
22. 기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23. 생존을 위한 사랑
24. 약함 - 끌림
25. 사랑을 믿지 못하다
26. 만진다는 것
27. ‘보고 싶다’는 말
28. 사랑과 우정
29. 질투 - 의심
30. 현미경으로 보는 일
31. 결투와 질투
32. 저승처럼 잔혹한
33. 두려움과 연민
34. 우월감
35. 사랑이 대체 뭐예요?
36. 앎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