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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림이라고 하면, 특별하고 고차적인 기교가 잔뜩 들어가고, 고도의 지식과 수련을 갖추고 거친 소수만 이해할 수 있는 대상으로 착각하곤 합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오묘한 궁극의 진리도 가장 평범한 것들 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다양한 표현과 색채, 도안, 구성 속에 남아 전해지는 자아, 우주에 대한 생각을 관찰하면, 오늘날의 구상, 추상 화가들보다 더 날카롭고 창의적인 시선으로 대상을 묘파해 낸 것이 많습니다. 어떤 것은 보기만 해도 우습고, 어떤 것은 그 시절 이런 착상이 어찌 가능했을까 하는 생각에 감탄을 자아냅니다.저자 정병모 선생은 이미 이전 저서 <한국의 풍속화>에서, "그림이란 그 모든 민족 고유의 의식과 감정을선과 색채 안에 가장 직관적인 방식으로 담아 낸 것"이며, "설사 타국의 평론가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미의식과 가치라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보편성 획득에 실패한 것이라 단정할 수 없으며, 요히려 후손인 우리가 적극적으로 그 숨은 미학적 암시와 공감대를 발굴하여 세계인에 전해야 하는 것"이란 취지로 민화의 의의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우리의 유산을 아끼고 보듬지 않는다면, 타인이 그를 알아봐 주고 현창하는 일을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민화의 감상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만의 특권이자, 후손으로서의 의우도 된다고 하겠습니다.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민화가 얼마나 우리의 감성과 무의식에 직접 호소하는 방식으로 다가올 수 있으며, 어린 시절부터 그 진면목에 눈이 틔워지고 살갑게 와 닿는 미적 체험이, 장차 정체성 뚜렷한 한국인으로 성장하는 데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잘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바른 생각의 싹은 어려서부터 그 여리고 유연한 심성에 배양되어야 하며, 이런 올바른 방식으로 미적 안목이 생성된 어린이라야 커서도 바르고 당당한 눈으로 미술 작품이나 세상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양인은 보편적 미의식에도 장애 없는 통로를 구축해야 하지만, 동시에 자기 무의식에 내재한 민족적 감성 코드 역시 분명한 색채로 가꾸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 유학이라도 가서, "너네 나라에선 어떤 놀이와 예술 양식을 매개로 고유의 정서를 표현하니?" 같은 대답에 행동과 퍼포먼스로 무언가를 보여 줘야 할 경우라면, 뭔가 자신 있게 꺼내들어야 할 레퍼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글로벌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에 필수 조건이라고 하겠습니다.어른이 읽어도 유익한 정보가 많아요. 민화와 풍속화의 구분 기준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풍속화는 우리가 잘 아는 김홍도나 신윤복 등의 작품입니다. 보통은 주제도 뚜렷하고, 부차적 용도보다는 오로지 그림 고유의 기능 하나에 제작의 정성이 들어간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민화는? 마치 알타미라 동굴의 벽화처럼, 다산, 풍년, 기복, 피흉, 그리고 심지어는 과거 합격 따위의 열망을 그 "캔버스" 안에 담아 간절한 꿈을 이루는 수단으로도 삼은, 복합적이고 다의적인 성격의 창작물입니다. 쉽게 말해서, 민화는 장난스러운 손놀림과 감정 표현이요. 초자연적인 힘을 빌려 소망을 성취하려는 부적이고, 나와 이웃 사이의 의사와 감정을 전달하는 소통의 미디엄이었던 것입니다. 가장 소박한 표현으로 가장 소박한 마음을 담았으니, 시대를 거치면서 다소 변한 몇 가지 코드만 익힌다면, 만화만큼이나, 웹툰만큼이나 재미 있는 예술 양식이 아니겠습니까? 과거 시험이라는 제도를 두고 보통은 양반 계급의 전유뮬로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농민 중에는 성(姓)을 가지지 못한 상민 외에도, 몰락 양반이나 조상 대대로 양민의 처지에서 떳떳하게 제 논밭을 일구고 살아 온 이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각박한 살림 영위의 어느 한 순간에도 소중한 꿈으로 간직한 건, 바로 과거 합격에의 꿈입니다. 민화에는 유독 이를 주제로 한 것이 많은데, 그 중에는 책 한 권을 교재로 마스터한 후에 벌이는 작은 세레모니인 책걸이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작품이 상당수라고 합니다.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에게 이런 소재를 보여 주며 학업에의 자연스러운 흥미를 유도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입니다.그림에는 언제나 숨어 있는 의미가 일정한 규칙에 따라 심어져 있습니다. 호랑이라는 동물은 산신령의 화신으로 민중에게 널리 인식된 동물인데, 다른 맥락에서는 지배 계급인 "양반"을 상징한다고도 합니다. 이 호랑이는 여러 작품에서, 사람의 목숨을 앗을 수도 있는 무서운 맹수로 표현되기보다, 우스꽝스럽고 어딘가 비어 보이는 형상으로 등장합니다. 조선 후기 특히 판소리나 탈춤에서 드러나듯, 민중의 풍자와 비판 의식이 이런 변형되고 왜소화된 동물의 모습에서도 잘 표현되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국어 교과의 보충 교재 노릇도 할 수 있겠어요. 더불어, 앞에서 언급된 "과거 합격"이라는 주제는 신분 상승에의 열망을 담은 의도인데, 그와는 정반대 방향성을 띤 이런 풍자 정신은 어떻게 서로 조화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정 선생님은 건강한 토의 자료를 어린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예술 작품은 현명(顯名)의 시그너쳐가 있어야 그 진정성(authenticity)가 보장되며, 우리는 그 독해 과정에서도 보충적 편의를 제공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민화는 대부분이 무명씨, 혹은 의도적 익명성에 감춰진 채 창작되었고, 오늘날까지 그 상태로 전해집니다. 붓을 올리는 창조자의 신원이 숨겨진 것과, 이것이 당당히 드러난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서양에도 성경 필사본에 남겨진 여백의 방대한 채식화는 대부분 익명이며, 이런 익명성으로부터 더 많은 비평의 여지가 생성되기도 합니다. 익명의 발판은 또한 모든 작품을 성적 무의식의 발로로 새기는 과감한 파격의 안내 통로이기도 합니다. 민화는 그런 의미에서 상상과 평론의 해방구입니다. 그 모든 자유로운 공간이, 오로지 익명성으로부터 유발한다는 점은 그 자체로 좋은 논의거리입니다. 민화는 이처럼, 폄하와 외면의 대상이 아닌, 오히려 진정한 예술과의 교감을 가능하게 해 주는 유능하고 참신한 교사라고 할 수 잇습니다. 그림에 대한 주제를 어린이에게 설명하는 데에는, 그림의 실례 외에도 추가적 일러스트가 필요할 수 있는데, 조 에스더 님의 친절한 시도는 그런 점에서 더 빛납니다.

어렵지 않고 뽐내려고도 하지 않으며 쉽고 친근한 그림, 민화

민화는 평범한 서민이 그린 그림으로써 조선 500년 동안 다져 왔던 다양한 예술적 감각을 담아냈어요. 그러면서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그린 민화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었어요. 세계에서도 우리 민화의 가치를 알아봤답니다. 세계의 큰 미술관에서 민화 특별 전시회를 열었거든요. 세계에서 아름다움을 떨치고 있는 민화, 그 매력을 알아보도록 해요.

민화는 누가 그렸을까요? | 민화는 어디에 쓰였을까요? | 민화는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요?

민화 속에서 뛰어노는 동물
잡귀를 물리치는 짐승 까치 호랑이 그림 | 신화와 상상의 주인공 운룡도 | 어진 임금, 어진 정치 봉황도 | 신령스러운 동물 기린도 | 공부 잘하는 특별한 비밀 삼여도 | 잉어가 변해 용이 된다는 전설 어변성룡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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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에서 퍼지는 향기
꽃 피고 새 울면 화조도 | 탐스러운 부귀영화 모란도 | 꽃 중의 군자 연화도 | 알알이 들어찬 씨앗의 소망 과일나무 그림 | 풀벌레의 노랫소리 초충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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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속 풍경 산책
그 이름도 아름다운 금강산 금강산도 | 소상강의 아름다운 여덟 경치 소상 팔경도 | 해와 달이 함께하는 왕의 위엄 일월오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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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가 들려주는 이야기
천하를 꿈꾼 영웅들의 이야기 삼국지연의도 | 낚시질하며 때를 기다리다 강태공 조어도 | 바글바글한 어린이들의 놀이 백동자도 | 양소유의 하룻밤 꿈 이야기 구운몽도 | 사냥하는 오랑캐 호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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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에 빌어 보는 소원
오래 사는 열 가지 십장생도 | 서왕모의 생일잔치 요지연도 | 사람의 수명을 다스리는 신 수성 노인도 | 북두칠성에게 비는 소원 칠성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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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 속 책과 글자
책과 함께하고 싶은 선비의 마음 책거리 | 문자로 백성을 다스리다 유교 문자도 | 장수와 행복의 아름다운 만남 백수백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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