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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청소년들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셜록홈즈는 나에게는 추리소설의 고전 그 자체다.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이 시리즈를 거의 다 읽었을 것이라고 자부한다. 탐정이 되는 몽상에 빠진 초등학생, 비교적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는 어렸을 때의 내 모습 중 하나이다. 나는 그 때 이미 코난 도일이 말년에 심령학에 빠져 있었다는 것을 어느 책에서 읽었었다(역사적인 인물들과 소설 속의 인물들이 가상의 상황에서 밀실 살인 같은 추리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의 책이었는데 꽤 야해서 부모님들에게 심각한 걱정을 안기기도 했지만). 본업이 의사이고 빈틈 없는 논리로 꽉 차 있을 것 같이 느껴졌던 도일 경이 심령술에 놀아났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역사적인 사실에 부합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서의 입장은 과학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과학이 길을 이끌고 있으며, 늘 그래왔듯 조롱하는 자들을 물리칠 것이다. 전파가 발견되기 전에 누가 전파를 믿을 수 있었겠는가? 엑스레이를 믿을 수 있었던 사람은? 비교적 최근에야 발견된 아르곤과 헬륨, 네온과 제논을 믿을 수 있었던 사람은 누구였는가? 보이지 않는 것과 뚜렷하지 않은 것, 실체의 표면 바로 아래 놓인 것, 사물의 외피 바로 아래 놓인 것들이 점차 가시화 되고 뚜렷해져간다. 이 세계, 그리고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눈을 반만 뜬 사람들은 결국 이런 것들을 보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크룩스를 보자. 크룩스는 뭐라고 말하는가?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다." 그는 물리학과 화학에서의 엄정함으로 어디서나 인정받는 사람이다. 그는 탈륨을 발견했고, 희박기체와 희토류원소 산화물의 성질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속박된 영혼과 아둔한 정신으로는 닿을 수 없는 새로운 영역을, 역시나 희박한 이 세계에 공표하기에 크룩스보다 뛰어난 사람은 누구이겠는가. 믿을 수 없으나 사실인 이 영역을. -1권, p394
다만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과학이 내 놓는 새로운 해결책들이 항상 믿을 수 없으나 사실인 영역 을 친절하게 설명하는데 쓰이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소수지만 광적인 믿음을 부정하는 경우에도 강력한 도구로 쓰일 수 있다. 물론 애초부터 과학이 필요하지 않은 굳건한 신념을 가진 이들에게는 도통 먹혀 들지 않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의 부조리함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조지 쪽이 오히려 과학자들의 전매 특허인 방법적 회의론자 같은 자세를 취했다. 강한 신념으로 결국 조지의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준 쪽은 아서이지만 조지는 아서가 자신의 문제를 풀어 준 방식과 그 결과에 대해서도, 아서가 인생의 비밀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마지막까지 의문의 끈을 놓지 않는다. 물론 그가 아서에게 고마움과 존경의 감정을 가지지 않은 것도 아니며 아서의 논리와 행동을 전부 부정했던 것도 아니었던 것 같다. 거짓과 사실이 영리하게 섞였을 때 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을 자신의 끔찍한 경험과 아서를 통해 배우지 않았던가. 그래서 그는 아서가 관대하면서도 실리적 이었고 자신의 사건에서는 소설 속 사건보다 정통적인 수사기법 을 동원한데 감사의 마음을 가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순진한 사무변호사가 포틀랜드에서 징역을 살아야 하는 세계…. 홈스가 레스트레이드와 그의 부하들이 풀 수 없는 수수께끼를 해결하는 세계…. 혹은 그 너머의 세계, 닫힌 문 뒤의 세계, 투이가 무기력하게 미끄러져 들어간 세계, 어떤 사람들은 이런 세계들 중 하나만 믿었고, 어떤 사람들은 두 가지를 믿었다. 세 가지 세계를 전부 이해하는 사람은 소수였다. 어째서 사람들은 이 우주로 나아가는 데 많이 믿는 것보다는 적게 믿는 것이 진보라고 생각할까. - 2권, p124
내 관점에서 보자면 조지는 세 가지 세계를 비교적 잘 이해했던 것 같다. 아서 경은 믿었을 지는 모르나 이해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조지가 더 진보적이었는 지는 몰라도 아서 경이 더 실리적이고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p.s. : 1) 줄거리가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책이지만 그래도 반전의 묘미가 나름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았으니 책을 보실 분은 기대해도 좋다는 말씀 드립니다2) 이 책의 원제는 "Arthur & George"이다. "용감한 친구들"이란 한국판 제목은 공감이 가지 않는다. 아서와 조지는 친구라고 부르기 힘든 관계이고 내용상 본인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역사적 진실은?). 원작자의 계약 시 제목 변경에 대한 부분도 논의가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동의를 해 준 것인지 애초부터 알아서 하라고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줄리언 반스도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뭐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이야기!
맨부커상 수상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의 작가
줄리언 반스의 최고 걸작!
사랑과 죄의식, 정체성, 명예를 그려낸 뛰어난 이야기의 승리!
2011년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줄리언 반스의 세 번째 맨부커상 후보작이기도 했던 용감한 친구들 (원제: 아서와 조지)은 2005년 맨부커상의 시상식장에서 가디언 지의 클레어 아미스테드가 ‘내가 보기에 그날의 시상식장에서 줄리언 반스만큼 긴장한 사람은 없었다’고 회고할 정도로 작가가 심혈을 기울여 완성하고 또 만족했던 야심작이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영국사회를 배경으로, 셜록 홈스의 창시자인 소설가 아서 코난 도일과 조지 에들지라는 두 실존인물의 삶을 생생하게 되살려낸 용감한 친구들 은 치밀한 자료조사와 섬세한 상상력으로 당시 영국사회의 정치와 종교, 사법체계, 인종의 문제를 우아하게 해부하고 있다. 실제 일어났던 충격적인 사건과 줄리언 반스 특유의 섬세하고 세련된 문장과 심리적 깊이가 절묘하게 결합되어 우리의 믿음과 앎, 그리고 진정한 명예와 용기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감동적인 소설 용감한 친구들 은 영문학의 대가 줄리언 반스가 완성한 심리적이고 도덕적인 걸작이자 혁신적인 역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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