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컵 고양이 후루룩

이 책을 읽은 건 지난달입니다. 전날 주문해서 다음날 총알배송받은 책이죠. 그림이 큼직큼직하게 들어간 어린이용 책이니 제목처럼 후루룩 읽었습니다. 이런 류의 책은 항상 조카한테 선물하기 전에 먼저 읽는 특권을 누리거든요. 문제는... 책을 다 읽고 나서 이 책을 조카에게 선물해야할지 말아야할지 계속 생각 중이라는 겁니다. 아마도 어린이날까지 계속 고민할 것같습니다. 동화책을 선물하는 의도는 뭘까요? 눈에 넣어도 안 아픈(이 비유는 쓸 때마다 참 과장이 심하단 생각이 들어사용을 주저하게됩니당...^^;) 자녀에게든 사랑스런 조카에게든 동화책을 선물할 때엔 어린 아이에게 세상의 밝고 아름다운 면을 보여주어 장차 나아갈 세상에 대해 겁먹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지 않나요?(저만 그런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혹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슬프고 애잔하고 아이러니가 가득한 현실 세계를 가감없이 보여주는 건 어쩐지 마음이 아픕니다. 좀더 크면, 적어도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이라고 하면서 동시에 흘러가는 시간을 붙들어 현실에 눈뜰 시점을 늦추어 주고 싶죠. 그래서 저는 어른이 되어서도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동화가 ‘인어공주’였습니다.(뭐, 그렇다고디즈니사에서 원작을 제멋대로뒤틀어 해피엔딩을 만들어놓은 만화영화가 딱히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지만요... 어른이 되고보니 차라리 원작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는...--;) 이 책은 정말 아주 오랜만에, 책장을 덮으면서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게 만듭니다. 마침 책을 다 읽고나서 컴퓨터를 켰는데, 네이버캐스트에서 ‘강아지 공장을 아시나요?’라는 수상쩍은 제목의 영상이 하나 올라와있더군요. EBS채널의 ‘하나뿐인 지구’의 에피소드 중 하나였는데, 보고나니 이 책의 내용과 맞물려 더더욱 심란해졌습니다. 솔직히 책에 등장하는 이모처럼, 이제는 더 이상 애완동물의 냄새, 털, 배설물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아무리 귀여운 동물이 미디어에 등장해도 키우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눌러버리는 사람이다보니, 이 책이나 그 영상이나 안쓰럽기 그지 없네요. 한때 미디어의 이미지에 홀려 산체나 벌이를 닮은 애완동물을 샀다가 뒷감당이 안 된다고 무책임하게 갖다버리는 사람들에게 분개했는데, 어쩐지, 책에 나오는 것같은 자판기가 현실에 등장하면 ‘절찬판매’와 ‘완판’의 헤드라인을 걸고 프랜차이즈 가게가 여기저기 생길 것같다는 예측은 저의 삐뚤어진 상상일까요? 책의 마지막 줄에 적혀있는 ‘300일치 외로움’이라는 문장이 계속 가슴에 남아, 이 책을 선물할지 말지 여전히 결론을 내지 못하겠습니다...

먹지도 싸지도 않고, 털도 안 빠지는 고양이가 단돈 삼백 원?!!
어때요? 하나쯤 갖고 싶지 않나요?

생명이 생명을 위로하지 않는 메마른 시대,
자동판매기에서 팔리는 고양이와
그 고양이를 사는 아이가 들려주는
진정한 관계에 대한 이야기

어느 날 밤, 한 아이가 편의점 옆 어두운 골목에서 엉뚱한 자판기를 발견한다. 자판기에서 귀여운 애완동물을 판다고? 그것도 단돈 몇 백 원에? 아이라면 누구나 솔깃할 만하지 않은가? 하지만 이 솔깃한 유혹의 대가는 생각보다 더 비쌉니다.

이 작품은 자동판매기에서 파는 ‘컵 고양이’를 우연히 사게 된 아이가 겪는 하룻밤의 사건을 통해 생명의 가치와 진정한 관계의 의미를 묻는 문제적 동화입니다. 귀서각 , 뿔치 등 새로운 영역의 판타지 작품을 선보이며 문학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은 작가 보린이 이번에는 컵 고양이라는 충격적인 소재와 외로움이 일상이 된 요즘 아이들의 정서를 그대로 살려 낸 생생한 문장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진짜 자기 마음을 숨기는 법을 먼저 배운 아이는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컵 고양이 후루룩을 만나고 나서야 자기 마음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외로운 아이의 마음을 가득 채워 버린 고양이의 마지막 모습은 아이뿐 아니라 독자들까지 얼어붙게 만든다. 살아 있다는 건, 그리고 살아 있는 생명과 생명이 만난다는 건 어떤 거냐고, 컵 고양이는 조용히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